여행기

또 다른 세계, 인도의 모습

담터 2015. 3. 1. 17:16

대학동기들이 격년제로 떠나는 세계문화탐방이 이번에는 인도가 목적지이다. 그동안 캄보디아·태국, 중국 황산, 터키 등의 탐방에 참여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앞 다투어 신청하여 27명이라는 대식구가 되었다. 여행기간은 2015.1.17.1.25.(79)이며, 북인도의 주요 유적지(델리, 바라나시, 카주라호, 아그라, 자이푸르, 암베르성)를 탐방하는 아래와 같은 여정이다.

印度하면, 우리와 같은 아시권이면서도 國名이 비슷한 인도네시아에 비해 조금은 낯설고 신비한 느낌이 들며, 다양한 종교(힌두교·시크교·불교·자이나교 등 4대종교의 발상지, 이슬람교·기독교·조로아스터교·유대교 등의 외래종교)와 인종, 카레 등이 떠오르는 나라이다. 또한 학부모들의 자녀 진로지도 최고의 길잡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세 얼간이(3 Idiots, 2009)’의 영상이 뇌리에 선명하게 재조명되고, IT 강국·영재들의 요람·많은 인구 등이 연상된다.

우리와 공통점도 더러 있다.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당했다는 아픈 역사(17571947 기간의 영국 지배)와 분단국으로 독립(파키스탄과 분리됨)된 동병상린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문화와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신도 수가 가장 많은 불교의 발상지라는 사실이 그렇다.

하지만 우리 또는 지구촌의 여러 나라들과는 많이 다르고 인도만이 지니고 있는 모습이 있어 매우 놀라웠으며, ‘인생은 경험의 축적이라는 나름대로의 가치관에 비춰 볼 때 시야를 많이 확장하게 된 귀한 탐방이었다. 여정에 따라 유적지별 모습을 기술하는 여행기가 아닌 새롭게 발견한 인도의 모습을 몇 가지만 그려볼까 한다.

印度와의 첫 대면에서 그들만이 소유한 독특한 시계를 발견하였다. 11713:30에 인천공항을 이륙한 항공기가 델리공항(인디라간디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어둠이 내린 19:30이다. 입국절차를 밟는 창구는 6개이며 한 줄마다 1520여 명씩 각 창구마다 2줄로 섰다. 한참을 서서 기다렸지만 줄이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다 한 사람이 심사를 통과하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크게 쳤다. 계측을 하여보니 입국심사에 빠른 사람은 5, 둔감한 사람은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창구 가까이로 향하는 길이 너무나 험난하다. 얼굴을 촬영하고, 오른손 네 손가락왼손 네 손가락양손 엄지손가락 순서로 지문을 인식시키는 과정이다.

모니터에 몇 개 국어로 손가락을 모은다.’, ‘손가락에 센 힘을 가하지 말고 인식기에 가만히 댄다.’는 등의 설명만 게시하여도 그 과정이 훨씬 단축될 텐데 하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계속된다. 그런데다가 인식기의 모니터를 심사원이 화장지로 닦아주기도 하고, 답답한 피조사자들이 닦기도 한다. IT 강국이라는 평가에 강한 의문을 갖게 하는 모습이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애타는 심정과는 달리 심사자들이 이따금씩 자리를 떠나서 더욱 더디어진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자신이 기다리는 줄의 심사자가 자리를 이탈하면 크게 실망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되는 줄을 부러워하며 얌체처럼 줄을 이동하기도 한다.

 

 

 

 

먼저 심사를 마친 일행이 마지막 동료의 성공을 기원하며 출국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드디어 22시에 우레와 같은 박수로 최종 주자를 맞이하며 2시간 30분간이라는 인내의 시험을 통과하였다. 23시에 Piccadily Hotel에 도착하여 저녁식사가 아닌 夜食을 들고 이국에서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6명의 남자친구들은 소주로 회포를 풀고 01:30에 잠을 청하여 다음날 국내선 시간을 맞추기 위해 3시간 30분 후인 05시에 일어나는 강행군을 첫날부터 하였다.

다음날(1.18.) 이른(06:1006:40) 아침을 먹고, 바라나시를 향하여 출발하는(09:45) 국내선 항공기를 탑승하기 위해 델리 국내선공항에 2시간 여유 있게 도착하였다(07:30). 하지만 좋은 좌석을 얻기 위한 조기 도착은 인도양에 부서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짙은 안개로 인해 두 차례에 걸쳐 연착이 되는 바람에 3시간 30분간을 공항대합실 바닥에 신문지 등을 깔고 앉아 피난민처럼 무한정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고진감래라고 할까 11:30 이륙예정이라는 안내에 따라 드디어 인도항공기 SpiceJet에 탑승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하지만 델리공항의 입국심사에서 단련된 인내심이 부족했다고 여겼는지 비행기와 함께 인도의 독특한 시계는 그대로 멈추어 있다. 한참을 기다려 약간 움직이기에 드디어 이륙하나 보나 했는데 활주로에서만 잠시의 미동에 그치고 말았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힌디어 안내방송이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해하기 힘든 점은 기내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승객 누구하나 불만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드디어 천지가 개벽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170여 석의 저가항공기의 좁은 기내에서 목마름과 생리적인 현상을 참으며 2시간을 기다린 끝에 비행기가 이륙하는 감격의 순간이다. 탑승객 전원은 발을 구르고, 만세를 부르며, 손뼉을 치면서 구제받는 기쁨을 마음껏 발산하였다.

 

그러한 인도의 독특한 시계를 잔시역(Jhansi station)에서 또 한번 마주하였다. 120일 인도의 숨은 비경 오르차를 탐방하고 15km 정도 떨어진 그곳에서 18:44 발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Agra)행 특급열차를 탑승하면서다. 역내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두툼한 모포를 두르거나 바닥에 깔고 자신의 안방에서처럼 앉거나 누워 있었다. 마치 전쟁 중의 피난민들처럼 보였으며 간난 아기가 엄마젖이나 죽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칭얼거리기도 하였다. 그 사이로 개와 소들도 이따금씩 어슬렁거린다.

탑승하려는 특급열차가 몇 차례에 걸쳐 연착되는 사이 역내에 들어오는 일반열차에 탑승하려는 승객들이 커다란 짐을 어깨에 맨 채 먼저 탑승하려고 밀치고 다투는 폼이 투우사나 생명을 담보하는 검투사 같다.  

 

 

그중에서도 압권인 장면은 역내의 철로에 소가 한 마리 뛰어들었는데 열차가 진입하고 있었다. 열차는 계속적으로 경적을 울리며 서행하고 소는 열차 앞을 서서히 기어가는 모습이 10여 분간 연출되었다.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도 소가 탈출구를 찾을 때까지 행진은 계속된다고 한다.

 

 

그토록 목마르게 기다리던 특급열차는 22:22에 역내로 들어왔다. 그래도 일반열차와는 달리 그렇게 혼잡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반열차처럼 짐 싣는 선반에 앉는 사람도 없고 입석도 전혀 없어 기다린 것에 대한 보상이 약간은 되었다.

 

이와 같은 잔시역 특급열차의 기약 없는 연착, 델리 국내선 공항을 향한 이른 출발, 항공기의 무한정한 연착 등은 모두 안개가 중요한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 첫눈이 내리면 겨울철이 되었음을 느끼듯이 인도의 겨울은 안개와 함께 시작된다고 한다. 지난 211일 인천 영종대교에서 차량 106대가 추돌하는 엄청난 사고도 안개에 기인한다. 이렇듯 안개는 장충단 공원의 낭만만을 자아내는 것은 아니어서 교통안전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2014. 12. 22.자 뉴스에 뉴델리에서 짙은 안개로 비행기 36, 열차 50편이 운행 연기되었으며 앞으로도 며칠 간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는 건조혹서기(36월경), 습윤고온기(6월경10), 건조한랭기(112)3계절로 구분되는데 우리가 방문한 겨울철에 해당되는 건조한랭기에는 짙은 안개와 함께 먼지가 자욱하다. 어느 한곳도 시야가 선명하지 않고 뿌옇게 흐려 보이며 나뭇잎들도 먼지를 한 켜 이고 있다.

 

118일 국내선 항공기로 어렵게 바라나시에 도착한 후 인근의 사르나트에서 불교 4대 성지순례지인 녹야원 등을 탐방하고 저녁에 바라나시의 아르띠 푸자(Arti Puja)

탐방하기 위하여 릭샤를 타고 이동하였다. 릭샤는 인도나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주로 인력을 이용하는 교통수단으로 일본어의 리키샤(力車)’의 발음이 변화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자전거를 개조한 사이클릭샤와 삼륜차를 개조한 오토릭샤가 있는데 우리는 전자를 이용하였다.

 

 

공기 중의 심한 먼지농도를 대비한 마스크, 끈질긴 장사꾼들의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한 선글라스, 추위를 방지하기 위한 모자와 장갑은 필수라고 하여 준비하였다. 길거리에 나서면서 이것들보다 더 중요한 준비물 한 가지가 더 있어야 함을 절감하였다. 호텔에서 갠지스 강에 이르는 길은 릭샤 운전자의 고함, 릭샤의 따르릉 소리,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경적, 소 등 동물들의 울부짖음, 사람들이 걷거나 달리면서 지르는 괴성 등 소음의 경연장이었다. 그러하니 귀마개를 준비하지 않음이 후회막급할 수밖에.....

역사를 알 수 없는 도시 바라나시에는 인도인들에게 어머니의 강인 갠지스 강이 있다. 죽음과 삶, 인간과 동물, 일상과 특별함이 공존하는 이 강변에서는 매일 밤 아르띠 푸자(Arti Pooja)라는 종교의식이 거행된다. 우리들은 갠지스 강에 띄운 목선에 앉아 강가의 여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힌두교의 의식을 관람하였다. 의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엔 접시모양의 촛불을 강물에 띄우고 자신의 소원을 빌었다.

 

 

지스 강을 인도인들은 신성시하여 그 물을 떠오기도 한다. 그래서 물을 담아오기 위한 호리병 모양의 물그릇을 파는 가게와 장사꾼들이 길가에 즐비하다. 새벽녘에는 겨울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성한 강물을 몸에 끼얹거나 가벼운 목욕을 한다.

물이 너무 더러워 가이드에게 집에 가서 깨끗한 물로 다시 샤워하지 않느냐고 어쭙잖은 이방인의 질문을 하였더니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댄다. 종교적인 측면을 제외한 비슷한 예로, 캄보디아의 토렌샵 호수의 물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탁하게 보였지만 수상가옥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식용수로 잘 사용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갠지스 강을 인간이 마실 수 없는 물로 규정하고 일부는 목욕조차 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신앙의 힘은 위대하였다.

여명(黎明)을 감상하기 위해 새벽에 다시 찾은 갠지스 강은 어제 저녁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숙연함이 들었다. 목선을 타고 희미하게 강물 위로 날이 밝아 오는 빛을 감상하고, 비둘기들에게 먹이도 주며 한가로움을 즐겼다.

그러한 우리들의 분위기와는 달리 한쪽의 강가에서는 화장의식이 줄을 이었다. 힌두교도로 태어나 갠지스 강에서 세례를 받고 숨을 거둔 뒤에 이 강에 뿌려지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한다. 화장한 재를 갠지스 강에 뿌리는 것은 성스러운 강물에 영혼이 속죄를 받아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배우 배용준을 일본 여인들이 욘사마(‘사마란 일본에서 왕족과 같이 고귀한 신분이나 존경받는 사람 뒤에 붙이는 칭호)로 호칭하며 자신의 남편보다 더 따르고 열광하는 현상을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젊은 미남인데다 천재적인 유머와 언어감각으로 인도탐방을 유익하고 즐겁게 해주는 가이드 산토스(Santosh)를 우리 일행, 특히 여자동기들이 거의 처럼 대하고 넋을 놓는 것을 보면서 욘사마를 외치는 일본 여인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인도의 모습을 그리는 주제에서 벗어난 것 같은데, 그 산토스가 인도는 인동(人動)이라고 설명하였으며 그 모습들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즉 인도는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함께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인도에서 소는 옛날부터 비옥과 힘의 상징으로서 숭배의 대상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성우(成牛)숭배는 오늘날에도 뿌리깊이 그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힌두교가 소를 죽이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한 종교적인 이유와 함께 고기를 얻기 위한 소 사육에 필요한 목초지가 부족한 자연환경에도 그 원인이 있다. 그래서 농사일에 필요한 수소를 많이 기르고 아끼지만 암소는 수송아지와 약간의 젖을 얻는 이외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인도의 거리에서 보는 한가한 소들은 주로 암소이며, 거리에 나와 있는 이유도 주인이 먹이를 조금 밖에 주지 않아서 주로 쓰레기통을 뒤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소뿐만이 아니라 돼지들도 많아 길거리와 공터에 모여 있거나 배회를 하고 주둥이도 튀어나와 마치 멧돼지를 보는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원숭이들은 힌두와 이슬람 사원을 가리지 않고 그들의 놀이터를 삼아 담장지붕전선 등에서 서커스 하듯 까불거린다. 집안에 있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 유기견인 개들도 도심과 교외를 가리지 않고 활보한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이 인도 독립 후 최초로 방문하였을 때(마침 우리가 인도를 떠나는 다음날인 125일 방문함) 경비원들이 개들의 접근을 막느라 진땀을 흘렸을 정도다. 그 외에 코끼리고양이비둘기 등을 자주 마주쳐서 동물들의 천국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소를 숭배하고 여러 가지 동물들과 함께 어우러져 동반생활을 한다기보다는 사람들도 먹을 것이 부족한 땅에서 근근이 생명을 유지해나가는 신세가 매우 처량했다. 실제로 현대의 인도인들은 용도가 다한 소들을 토사구팽(兎死狗烹) 하듯이 한다고 한다. 소를 트럭에 싣고 집에서 멀리 떠나 버리고 오기 때문에 먹을 것을 찾아 헤매거나 로드 킬을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지금까지 매우 짧은 기간과 북인도라는 한정된 지역에 걸쳐 발견한 또 다른 세계인 인도만의 독특한 모습을 몇 가지만 그려보았다. 그 모습이 독특한 시계, 인도의 겨울은 안개와 함께 시작, 소음의 경연장, 신앙의 힘은 위대, 인도는 인동(人動) 등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인도문화 전반에 걸쳐 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카스트제도, 짜이카레(naan) 대표되는 음식문화, 사람과 이륜차가 자유롭게 통행하는 고속도로 모습, 차선이 없는 대부분의 도로, 숙소 이외에는 식당이 거의 없는 외식문화 등 인도의 여러 인종과 종교만큼이나 다양하다. 인도에는 이상과 같은 약간의 부정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마하트마 간디타고르 등의 위대한 인물의 배출, 미항공우주국 과학자 36%MS엔지니어 34%가 인도인 출신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오래 전부터 인도탐방을 기획하고 준비하여 준 몇몇의 동기들이 고맙고, 촬영의 전문가 수준에 달한 친구, 스마트폰 셀프봉을 이용하여 다양한 각도를 촬영한 친구, 짝을잃은 외기러기 신세와 같은 나에게 따뜻한 배려를 보여준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다음의 스페인 탐방 때는 과도하게 촬영에만 집중하는 근시안적인 자세가 아니라 우리와 다른 외국문화를 깊이 있게 음미하는 탐방이 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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